마리 퀴리(Marie S. Curie, 1867~1934)는 여성 과학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이름 앞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여성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최초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사람,

여성 최초의 소르본 대학교 교수,

프랑스 의학아카데미 최초의 여성 회원 등등.


마리 퀴리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이야기도 많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쳤던 여대생,

방사능 연구에 미친 듯이 매달렸던 과학자,

그리고 결국은 방사능 때문에 병에 걸려 쓸쓸히 죽어 간 순교자...

 

 

피에르와 마리,

두 사람이 결혼한 해인 1895년은 독일의 과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해였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이 우라늄이 포함된 광석의 특이한 성질, 즉 인광(燐光) 방출 현상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발견에 자극을 받은 마리는 그런 특이한 성질에 관해 연구하기로 마음 먹었다.

남편 피에르의 도움을 받아가며 우라늄의 성질을 연구하고 실험하던 중, 마리는 우라늄보다 훨씬 강한 빛을 방출하는 원소를 발견했다.


마리는 이 새로운 원소에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폴로늄’이란 이름을 붙였다.

1898년 7월, 폴로늄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마리는 ‘방사능’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해 오늘(12/26일), 강력한 방사능을 방출하는 새로운 원소를 또 발견하고, 그것에 라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순수한 라듐을 분리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순수한 라듐을 분리하는 일은 엄청나게 고된 일이었다. 피치블렌드란 광물 몇 톤을 화학적으로 정제해야 했다. 부부는 비가 새는 헛간을 실험실 삼아 밤낮없이 열심히 연구했다.


그리고 1902년 4월 20일, 마침내 순수한 라듐 0.1그램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공로를 인정 받아 이듬해인 1903년 부부는 앙리 베크렐과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피에르 퀴리는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듐은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

아니면 오히려 해로운 지식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가”


마리의 뛰어난 업적 중 하나는 질병 치료와 방사능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라듐을 축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 일이었다. 마리는 자신의 노력으로 0.5그램의 라듐을 모았지만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러던 중 1921년에 미국에서 모금 운동이 전개되어 라듐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이 모였다. 친구 소개로 만난 '마리 멜로니라'는 저널리스트 덕분이었다. 그는 마리와 최초로 공식적인 인터뷰를 한 사람인데, 인터뷰 대가로 마리에게 라듐 시료 1그램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드디어 그해 말 미국의 하딩(Warren G. Harding) 대통령은 모금된 자금으로 구입한 라듐을 마리에게 기증했다. 그것은 1930년에 입자 가속기가 출현할 때까지 핵물리학자들의 훌륭한 연구 수단이 되었으며, 실제로 딸 이렌과 사위 졸리오가 인공방사능을 발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마리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다. 백내장 수술을 네 번이나 받았고 1931년부터는 손가락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백내장은 방사능 병이 생긴 후 나타나는 첫 번째 징조이다.


퀴리 부부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방사능의 위험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피에르는 액체 상태의 라듐이 든 시험관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으며, 마리는 방사능 물질을 두 사람의 침대 머리맡에 두기도 했다. 결국 마리는 1934년 알프스 산맥 밑에 있는 한 요양원에서 죽었다.

사위 졸리오가 마리의 실험 노트를 조사해 보니 엄청난 양의 방사선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결국 마리는 자신의 연구에 대한 순교자였던 셈이다.


많은 사람이 마리 퀴리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을 썼다.

그중에서 아인슈타인이 쓴 글이 가장 감동적이다.

"힘과 의지의 순수함, 자신에 대한 철저한 엄격함, 뚜렷한 주관,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 이 모든 것이 한 개인에게서 발견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 그녀가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담한 직관에 의지한 결과가 아니라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헌신적으로 집요하게 파고든 노력의 결과입니다."




 

Posted by 지상의 왕자
: